100일간의 채식을 마치며

Lucy Kang
7 min readApr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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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나와의 약속조차 못 지키는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

2024년 1월 1일,

일 년의 어느 날보다도 의미 있는 아침에 문득 일어나자마자 “오늘부터 채식을 해야겠다”라는 결심이 제일 먼저 섰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오늘까지만”으로 시작하지만, 이날은 지금 이 시간부터 채식을 해야겠단 마음을 잡고 어떠한 양보도 없었다.

그렇게 100일간 채식을 하며 나의 삶은 크게 변화했다.

첫 한 달은 어색했다. 고기로 채워져야 할 영양소를 두부, 야채, 버섯 등으로 채우고 있자니, 식사를 마쳐도 덜먹은 느낌이었다. 채식을 하는 사람은 양으로 좀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더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진다. 3개월이 지나 몸의 군살이 자연스럽게 빠지고, 바디 쉐입이 예뻐졌다. 채식을 하니 “아무거나” 먹지 않았다. 식당에서도 고기가 들어가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하고, 그중에서 메뉴를 고른다. 만약 적합한 메뉴가 없으면 먹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을 참은 게 아니라 식욕이 확 떨어진다. 난 이때 우리의 생각과 관념이 우리의 신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느꼈다.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선택했다. 채식에서 여러 단계가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육류만 먹지 않는 채식을 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지에서 자라는 눈, 코, 입이 있는 동물을 먹지 않았다. 대신 생선, 회, 초밥 종류를 많이 먹었고, 외식을 주로 일식당이나 이자카야를 갔다.

채식의 이유.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이유를 묻는다. 아직 한국에서는 채식이 흔하지도 않고, 채식주의자로 외식을 나가기 힘든 문화이다. 대부분 추측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갑자기 동물 학대에 대한 연민이 생겼냐는 질문인데 나는 이기적인 인간인지라 동물에 대한 이타심보다 나를 위하는 마음에 채식을 선택했다.

에너지와 주파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탐구를 하며 감정과 생각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를 공부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동물을 먹는 것이 그 동물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란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영상을 봤을 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도, 채식을 그 순간 결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1월 1일, 활기차고 좋아야할 날, 연약한 나를 마주하며 나에게 들어오는 안 좋은 감정을 모두 통제하고 싶어졌다.

초원에서 즐겁게 큰 소를 먹는 건 어떠냐는 질문도 받았으나 동물 자체가 저주파수에 해당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의미 없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들이 흔히 말하는 동물 학대 영상을 아예 안 본 것은 아닌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육류는 가장 비효율적인 음식 중 하나라 한다. 소고기 100g을 먹기 위해서 소에게 몇 년간 엄청난 양의 여물을 먹여서 얻게 되는 한 덩이의 고기이기 때문이다. 닭이 닭장에서 어떻게 사육하는 지를 보면 좀 충격적인데, (내가 봤던 채식 관련 넷플릭스에 등장한) 양계장 주인은 절대 닭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100일간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한식은 고기를 먹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비빔밥과 각종 나물 요리를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임금님 오첩 밥상에서도 불고기 반찬을 제외하면 전부 채소 반찬일 거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한국인들은 굉장히 많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외식 메뉴에는 고기가 들어간다. 나도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매일같이 저녁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나는 나의 생각과 마인드셋 때문에 시작된 채식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었다. 예를 들면, 라면에 고기가 들어가는데 이 정도를 그냥 먹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할 때도 먹고 싶은 것을 통제하면 오히려 폭발해버리고, 더 먹는 스타일인 걸 알아서 모든 자유를 허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채식을 할 때도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 절대 고기를 넣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먹게 되는 것들에서 어떤 동물성 식재료로 만들어졌는지까지 체크하지는 않고, 내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먹는 것만 피했다. (그래도 나에게 고기를 먹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던 것인지, 강박이 있었던 것인지, 3–4번 정도 꿈속에서 실수로 고기를 섭취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낀 경우가 있었다. 잠에서 깨고 꿈이었구나 알아차리고 안도했다.)

고기만 먹지 않기로 했지만 되도록 우유를 오트 밀크로 대체하고, 계란 섭취도 점차적으로 줄이며 동물성 식재료 섭취를 줄여나갔다. 3개월간 몸이 정화되는 기분을 받았고, 3개월 차에는 생리통이 사라졌다. 10년 넘게 월경을 경험하며 생리통이 이렇게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 나도 놀라웠다.

예전에는 “다 잘 먹어요”가 좋은 말인 줄 알았다. 가리는 것이 없고, 식성이 좋다는 뜻이니 통상적으로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채식을 하며 내가 내 몸에 필요한 것, 좋을 것들 선별해서 먹으며 “아무거나”, “전부 다”가 오히려 취향 없고, 둔탁한 의미로 느껴졌다. 적당히 까다로울 필요가 있다. 자기 이해를 높여가며 취향을 만들고, 전부 다가 아닌 선택해 낼 줄 아는 것이 좋은 것 같다. 100일간의 채식은 종료하지만,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으로 최소한의 고기만 섭취하며 식단을 유지할 생각이다. 사실 사회생활만 아니었다면 채식을 1년 이상 지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소정의 목표는 모두 성취했으니 사회적 인간으로서 융통성을 가지려 한다.

100일간의 스님 모드(Monk mode)를 통해서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스스로에게 각인되었다. 주변 사람들도 내가 채식 식단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매일 식사를 함께 하는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며 고기반찬이 있어도 먹지 않는 것을 보며 대단하며 너는 무엇이든 해낼 것 같다고 했다. 나, 그리고 타인이 그렇게 믿고 인식하는 것은 그것을 현실로 만든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원래도 자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믿고,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번 Monk mode를 통해서 더 정확하고, 빠르게 미래를 현실로 창조해 내는 법을 터득했다. (사실 여기까지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점점 미스터리 해지는 워딩에 판타지 같다 생각하겠지만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 사실을 알고 싶다면 조 디스펜자가 쓴 <당신이 플라시보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100일간 나는 내가 원했던 것들을 얻게 되었다. 나약해졌던 멘탈은 강해졌고, 낮았던 에너지 레벨은 높아졌으며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몸은 건강해졌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던 일정한 기상 패턴이 생겨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에 기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채식”에서 기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시발점은 채식이었단 것엔 의심이 없다. 채식은 나의 마인드셋을 바꾸었고, 바뀐 마인드셋이 내 행동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99%의 독자는 이 글을 읽고 채식을 결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언젠가 삶이 지치고 힘들거나 삶에 큰 변화가 필요할 때 이 글을 기억하고 채식을 도전해 보길 바란다. 마치 나의 간절함이 100일간의 채식의 여정으로 이끈 것처럼.

PS. 지난 100일간 채식주의자인 저를 배려해 준 가족, 친구, 지인분들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발리에서 먹은 엄청난 고주파 에너지 푸드
발리에서 먹은 포케볼 — 이거 먹고 포케볼 본고장 하와이가서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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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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